음악

[스크랩] 일찌기나는/최승자

광인일기 2009. 3. 5. 17:38

 일찌기 나는..... 최승자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1981년>

 

 

 

 

 


 

 

 

 

 

--- 화가들도 자화상을 그리지만, 시인들도 자화상을 그린다.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이라는 시는 자신을 키운 것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라는 시는 시인의 자기 동정과 자기연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승자의 자화상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시작한다.

 

<일찌기 나는>이란 시의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라는 구절과 연관성을 가진다. 시인의 자기 부정의식은 타자와의 관계마저 부인하고, 존재의 근원인 부모와의 관계마저 부인한다. 시인은 뼛속 깊이 고아의식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全文을 옮기지는 못하고 부분적으로 옮겨온 시평입니다. 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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