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멈추는 오후
오래된, 묵은 된장 같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서 조금을 기다려 수원 친구놈의 차에 올라
인천으로 내뺐다.
인천놈의 사무실에 도착하니
친구녀석은 지금 사무실로 돌아오는 중이라며
처음보는 얼굴의 어여쁜 아가씨가 반겨준다.
서로간 직원들의 얼굴과 성씨 직함 정도는 알고 지낼정도로
잦은 교류가 있었는데
그만큼 오랜시간의 벽이 친구사이에 있었다는 말이다.
커피를 한잔 마시며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많은 시간들이 내곁을 스쳐지났음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친구녀석이 도착하고 보신탕집으로 지라를 옮긴 우리들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마치자
친구놈이 뱉어내는 한마디가 내가슴을 찔렀다
"새까매진 얼굴과 이제는 듬성해진 머리카락 때문에 속이상한다"
젊은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고,연수기간 동안 함께 정을 나눈 친구들
20년이 넘게 이어지는 우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다.
지독히 못난 "나"라는 친구의 내일을 위해서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녀석들이
고맙기만 했다.
(우리는 싸움도 많이 했던 사이들이다. 그날 역시도 술자리를 옮겨가며 티격태격ㅎㅎㅎㅎ)
그자리에서 나는 또하나의 우정을 마주 할수 있었다.
보신탕집문을 들어서는 여자가 내눈에 들어온 것이다
국민학교,중학교 까지 같이한 동창생
그리고 결혼 후에는 우연히 이웃에 살았던 여자 동창생
되도록이면 지난날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던 나였지만
그여자 친구는 모른채 할수 가 없었다.
악수를 하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원주모임에서 흑마님의 우정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강원도 지방에 내리 부어진 비때문에
불어난 계곡물로 인해 보고픈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태우던 모습이 다시한번
눈앞에 떠올랐다.
친구,우정, 이런것들을 알고 느끼며 가슴에 담아가면서 살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보람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위속에 담아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