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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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 2011. 7. 28. 06:17

 

약간은 흐린 날씨가 마음에 걸렸지만 믿지못할 일기예보 따위는 뒤로 하기로한채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슬기가 약간 남아 있는 풀잎들이 스치는 산길에는 속삭임이 있었다.

자연의 속삭임,알지 못할 곤충들의 속삭임, 그속삭임속에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중턱에서 재옥에게 쉬어가기를 청하고 싶었지만 꼴난 남자라는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치 않았다.

재옥은 건강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피할수 없었지만 가방을 둘러 매고도 지치지 않고 1시간여 산길을 계속 걸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해서 바위위에 걸터 앉아 가방을 풀고 있는 그녀를 피해 으슥한 곳을 찾았다.

쟈크를 내리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면서 멀리 보이는 빌딩들과 달리는 자동차들을 바라보았다.

가지고 싶었다.저 모든것들을 가지고 싶었다.그것은 삶에대한 도전인지도 몰랐다..

어느새 그의 뒤에 와있던 재옥이 그의 등을 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란 꼴을 보이고 나니 겸연쩍은 생각이 들었다.

발길을 옮기니 근처 바위위에 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보온병에서 시원한 커피를 한잔 따르는 재옥의 손이 작게만 느껴졌다.

재옥이 오이 하나를 내밀자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를수 밖에 없었다.

한입을 베어무니 입안에 온통 시원함이 가득한듯 했다.

이어서 수저를 들고 재옥이 차려놓은 작은 성찬을 음미 했다.

김밥을 준비하지 않고 도시락을 준비한 그녀에게서 수고로움과 여성 스러움이 엿보였다.

맛있게 도시락을 먹어치우고 담배를 한개피 빼어 물었더니 재옥이 슬며시 자리를 일어났다.

용변이라도 보는줄 알았는데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조금 떨어진 곳의 재옥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담배 연기가 보였다.

불러서 같이 피우자고 하려다가 그냥 모른척하면서도 사연이 있는 여자인가!  평범한 여자는 아닌가 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재옥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자 둘은 할말을 찾지 못했다.

"담배 피워요?"

부지불식간에 내뱉은 말에 스스로 당황 하면서도 재옥의 눈을 바라보았다.

"피우지요,한오년 된것같네요"

"그럼 멀리서 피우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같이 피우기로해요"

"그래도...."그녀는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뭐하시는데요"

"예 조그만 카페하나 하고 있어요.  냇가 부근에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혼자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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