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옥이 몇시에 들어왔는지는 몰랐다.
갈증에 눈을 뜨고 냉장고 문을 여는 성일의 뒤에 잠옷 차림의 재옥이 서있었다.
"언제들어왔어"
"세시쯤" " 일이 조금 늦어 졌어"
어제 그를 괴롭혔던 환영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불이나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몇시야?"
그의 물음에 "10시" 하는 짧막한 대답을한 재옥은 성일의 손을 이끌었다.
그녀가 이끄는대로 재옥의 침대에 몸을 눕히니 재옥이 그를 가볍게 끌어 안았다.
"무슨일이 있어도 나를 버리면 안되..
"재옥의 그말은 비수가 되어서 성일의 가슴에 꽂히며 지난밤 승일의 의심을 난도질 했다.
그리고 재옥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내 같이 되어버린 여자,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서 연애라는 과정도 생략된채 두번의 등산과 두번의 잠자리 만으로 그냥 살을 맞대고 사는 여자 ...
친구가 되기로 한날 재옥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 뒷산에라도 올라가지 않겠어요?"
"언제요"
"내일 당장이요"급작스런 제안에 머뭇거리는 그에게
"모든건 제가 준비할테니까 그냥 몸만 오시면되요, 뒷산이니까 복장에 신경쓸일도 없고요"
그.말을 들으니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다.
사실상 그가 준비할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몸만 움직이면 되리라는 생각에 그리하겠다는 대답이 의외로 쉽게 나와 버렸다.
어쩌면 그도, 그녀도 외로움을 타고 있는지도 몰랐다.
누구와 대화라도 나누고 싶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인 그에게 그녀는 단비 같은 존재 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