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승일은 자신의 어느부위가 병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것에서 신경을 끊어 버린지가 너무나 오래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도 지겨워져버린 중년, 그였다.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죽여가고 있는 그였다..
그의 옆에 남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떠안고 있는 불행한 늙은이들이 있을 뿐이었다.
아내도 자식들도 그를 버린지 오래되었다.
지나친 술과 바람기는 그를 외톨이로 만들어 버렸다.
다음날도 냇가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승일의 눈에 재옥이 들어왔다.
먼저 인사를 하려다가 모른체하면서 냇물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의 등뒤에서
"오늘도 혼자 앉아 계시네요"하는 재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그녀의 목소리가 참으로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도 없으신가봐요?" 쓰디쓴 미소가 떠올랐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쓰디쓴 미소가 그의 온몸을 휩쓸었다.
"예, 그래요 내주위에는 아무도 나와 놀아줄 사람이 없네요"하는 그의 대답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가 싶었다.
어쩌면 동류의 아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재옥의 머리를스쳤다.
"우리 친구 할래요?"
당돌한 그녀의 한마디가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런그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다시한번""우리친구해요"하며 미소짓고 있었다..
모두다 그를 버렸다.승일은 삶에대한 미련도 없이 살고 있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지라 담배값 조차도 늙은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여자친구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싫었다,그런 상황이
"나는 거지라 친구가 될만한 자격이 없는 데요"
"왜 거지예요"
"집도 절도 없이 노인네들 에게 얹혀서 담배값조차도 얻어쓰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그럼 저는 창녀 할께요, 거지와 창녀 ,어울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친구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