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 타령을 통해서 재옥에 대한 정이 깊어지는 듯한 착가에 빠져드는 승일이었다. 한번 몸을 섞으니 자연스레 자신에 대해서 털어 놓는 재옥이 어쩌면 순진한지도 몰랐다. 목이말랐다.승일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테이블위에 남아있는 술잔을 집어 들었다. 목구멍을 통과하는 알콜이 쓰디쓰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으로 몸을 살짝가린 재옥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더니 물소리가 들렸다. 승일이 화장실로 다가가서 문을 살짝 열어보니 잠겨 있지 않기에 그대로 안으로 몸을 들이 밀었다.
"어머나,몰라요"
재옥이 벗은 몸을 부끄러워 하듯이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승일은 그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둘이서 움직이기에는 협소한 공간이기에 자연히 둘의 몸은 부딪치게 되었다.승일이 재옥을 끌어 안았다.
"고마워"
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할까? 승일은 진심으로 재옥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실패자,잉여인간, 옛날 표현이라면 밥이나 축내는 한심한 놈을 이렇게 대접해주는 재옥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몸을 주어서가 아니라 승일을 선택해서 외로룸을 달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선택 되었다는 자체가 승일에게 어떤 자신감을 주었는지도 몰랐다.
"절대 나를 떠나지 마세요"
재옥이 몸을 밀착시키며 속삭였다."그래.너를 떠나지 않으마"승일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한차례 몸을 섞었다. 재옥은 길들여진 여자였다,섹스에 길들여진 여자,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줄 아는 여자였다.그녀는 섹스가 가져다 주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요구할줄 아는 여자였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몰랐다.재옥과 격렬한 섹스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술을 한잔 더마시게 되었다.승일의 취기는 이미 많이 올라와 있었다.식탁을 마주한 그들은 가볍게 한잔 더하자고 한것이 만취 상태가 되었던 모양이었다.둘이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신것은 기억이 나는데 잠자리에 든 기억이 나지 않았다.필림이 끊어진 것이었다. 술을 마시고 일부분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고통 스러운 일이었다.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승일을 괴롭혔다.재옥은 옷을 벗은채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잠들어 있는 재옥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나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소주병이 보였다. 물병을 집어 들고는 찬물을 벌컥이며 들어 마셨다. 뱃속까지 시원해 지는 느낌이 좋았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9시를 넘어 가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계란과 식빵을 꺼내어 토스트를 만들었다.그리고 침대로가 재옥을 흔들었다.잠들었던 재옥이 눈을 떳다
"무슨일 있어요"
"아니 나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라고 깨웠어"
" 물이라도 마셔야 겠어요.목이타네요"
재옥이 벗은 몸을 일으키며 승일에게 눈을 돌리라 눈빛말을 하고 있었다.그모습이 귀여워 모른채 하면서 바라보자 하는수 없다는듯 몸을 일의킨 재옥이 옷을 챙겨 입었다. 어릴적 친구 녀석의 말이 생각났다."이년들은 내숭 떨다가도 섹스를 한번 하고 나면 그대로 발가벗은 채로 할짓 다한다.그런년들 꼴불견이다" 재옥이 그렇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승일 역시 그런 여자들이 보기 싫었다. 몇차례 관계를 가져도 자신의 알몸을 보이기 싫어하는 여자도 있었다. 그러면 어거지를 써서라도 발가벗고 돌아 다니게 하는 재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