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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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 2011. 9. 6. 19:01

 소리가 잠을 깨웠다.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져 눈을 뜨니 거실쪽이 시끄러웠다. 문을 살짝 열고 내다보니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침대로 올라 무엇을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데 재옥이 들어 왔다. "자기야,컴퓨터를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재옥은 승일이 심심해 할것을 염려하며 컴퓨터를 한대 들여온 것이다. 아무래도 컴퓨터라도 있으면 승일이 덜심심해 할것 같아서 였다. "그냥 거실에 두지 뭐" 승일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재옥의 마음씀이 고맙지만 언제까지 그런 마음이 계속 될지 모를 일이고  어차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집에서 컴퓨터의 위치는 관계 없을 것 이고 이미 컴퓨터에 흥미를 잃은지도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그래도 일을 할때는 이것저것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야동을 보기도 했었지만 그마저 흥미를 잃어 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이다."영화도 마음대로 보아도 되니까 시간을 보내기에 쉬울거예요"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자 재옥이 말했다,"유선도 방송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바꾸었으니까요" 이렇게 살뜰히 자신을 돌봐 주는 재옥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승일이었다.

 

재옥은 꽤나 바지런했 다. 늦은 시간까지 가게 일을 하면서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는 편이었다.열려진 방문을 통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재옥을 바라보면서 승일의 머릿속에"윤"이떠올랐다. 저렇게 참한 여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택한"윤"이 바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직도 재옥을 잊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 하면서도 새 여자를 취한 "윤"이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재옥과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재옥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것도 사먹고 쇼핑도 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승일이 먼저 요구하지는 않았다.그저 재옥이 하자는 대로만 움직이는 승일이었다. 수동적 이라서가 아니다.그저 재옥에게 부담을 주기가 싫음은 물론 꼴난 자존심이 재옥에게 어떠한 요구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여름날 거리에는 젊음이 넘쳐 났다. 허연 허벅지며 불룩한 가슴이 거의 드러나는 옷을 입은 젊음들이 승일의 눈길을 끌었다.재옥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 자기야 한눈 팔지마, 그러면.미워 할거야"

그녀의 애교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ㅎㅎㅎ눈이 그냥 가는데 어떻게해,그럼 눈을 감고 다닐까, 그건 본능적인거야"

"그런게 어디있어요.그럼 나도 멋있는 남자들 쳐다보고 하면 자기 기분이 좋겠어?" 

재옥의 말에 승일의 머릿속에 "윤"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윤"에 대해서 자신이 질투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작은 도시의 백화점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 끝에 아파트들이 생각났다. 수도권 이라는 미명하에 작은 도시들이 만들어 지고 작은 땅위에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수 있으니 사람들이 많을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미치었다. 아파트,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나 모두들 작은 땅위에 많은 사람들의 주거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재옥과 산위에 올랐을때 '저렇게 많은 집들중에 내집이 한칸 없구나 ' 하고 생각했던 승일 이었다. 그랬다,승일은 말그대로 빈털털이 거지 였다. 이렇게 백화점을 기웃 거릴 형편이 아니었다. 남성복코너를 기웃 거리는 재옥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내옷은 필요 없어, 지금 어디 갈것도 아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옷으로도 충분해""

싫어 멋진 옷으로 한벌 골라 입히고 싶은데"

"아니  진짜 싫어"

왜그래요,내가 사주는게 싫어요"

재옥이 시무룩 해졌다.

"그런게 아니야, 정 사주고 싶으면 밖으로 나가자 우리 시장으로가자"

승일 역시 시장에서 옷을 사입는 스타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재옥에게 부담을 주기가 싫고 재옥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시장으로 가자고 한 것이다. 재옥은 그래도 조금 밝아지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시장에 한번 가봐요"

백화점을 나와서 시장을 찾았다. 시장역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대형 마트나 쇼핑센터들 때문에 재래 시장이 다죽는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시장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옷가게를 기웃 거리다가 바지 하나와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승일의 옷가지를 고르는 시간을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편한 면바지 하나와 면 티셔츠 하나를 고르니 생각 보다도 훨씬 옷값이 싸기에 오히려 승일이 놀랐을 정도 였다.

"마음에 들어요?"

재옥이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만족해".

그렇게 옷가지를 고르고 나서 재옥이 반찬 거리를 기웃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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