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VIP

광인일기 2008. 3. 26. 00:03

잠깐 밖에 나갔다가 온다고 하면서 문을나섰던 딸아이가
양손에 한약상자를 하나씩 들고 낑낑거리며 들어왔다.
무엇이냐는 나의 물음에 이웃집에서 딸아이 먹으라고 보낸것이라고한다.
내용물을 보니 아이들이 먹는 총명탕 이었고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지난 연말 내가 병원에서 퇴원을하고 몇일 지나자 이웃이 �아왔다.
같은 성당에 다니는 인연으로 아내와 알게되고 이제는 서로 언니동생하며 살갑게
지내는 사이인 이웃은 나에게 자기 조카를 가르쳐 달라고했다.
이웃의 오빠가 지근거리에 사는 관계로 내왕이 빈번하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학원도 보내고 학습지도하고 가르치려고 열심인데도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이웃도 아이들의 미술을 가르치고 있으니 직접 가르치는 것이 좋을거라고 말했더니
답답해서 도저히 안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조카이다보니 객관성을 잃는것같다.
내입장에서 어찌 그러한 제의를 받아 들이냐고 거절했었다.

 

신정이 지나자 이웃이 꼬마의 손을잡고 들어섰다.
그리고 꼬마를 나에게 인사시키고, 그저 공부하는 습관이라도 들이게 해달라고했다.
어쩌지 못하고 꼬마를 받아들이고 졸지에 초등학교 1학년아이와 놀게 된것이다.
이제는 2학년이되었다.
이녀석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대답을 하는데 발음에 문제가있어서인지 도저히 알아들을수가없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꼬마가혀가 조금짧다하고 이웃의 시누이가 중국동포라는 것이다.
그러니 발음에 문제가 있을수 밖에 없는것이다.

 

이녀석과 잠깐씩 같이 지내는것이 벌써 3개월이 다되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녀석이 기특하게 보인다.
내가 화분에 물을 주려고 화분을 옮기면 그놈도 거들겠다고 나서고
자기는 어른이 되어서 월급타면 부모님께 전부 드릴거라는 말도하고
이제는 발음도 많이 좋아진것을 느낄수있고 어려운 더하기 빼기 문제를 내주어도 잘 풀어낸다.

 

꼬마 부모는 그렇게 변한 모습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내게 맡겨는 놓았지만 그렇게 많은 변화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이웃이 나와 꼬마가 연습한 덧셈뺄셈을 보고는 놀라서 오빠내외에게 자랑을 했고
꼬마놈은 집에서 자기 가족들에게 덧셈뺄셈을 시험받게 되었으며

그결과에 너무도 흡족해한 부모로부터 나는 졸지에 VIP대접을 받게된것이다.


꼬마 아버지가 건강원을 하는지라 내가 먹을 홍삼을 선물받은것이 엇그제인데
또 아이들 먹을 총명탕까지 지어서 보냈으니 부모마음이 다 그런것같다.
자식이 조금만 잘하면 부모는 모든것을 바칠수 있는것같다.

나는 자식들의 모든일에 대하여 자신들의 판단을 따라주면서 아직은 드러내놓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 자식을 위하는 것인지는 좀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것같다.

그저 진정한 바람이 있다면 사람이 욕심없는사람이 좋은 학교를 못나오고 공부를 못해도

돈을 많이 못벌어도 웃으면서 살수있는  모든사람들이 서로 오손도손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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