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도토리알 떨어지는 산중

광인일기 2008. 8. 8. 00:01

산책길에 보이는 풍경들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지렁이의 주검같이 나를 슬픈 감정에 빠트리는 것도있고

여름날 걷어진 장미 넝쿨같이 보기싫은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산책길 정경들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치 않는한 항상

정겨움에 가득하다.

 

산중에 들어서 숨을 헐떡이며 걷는 발길앞에 나이지긋한 중년 여인이 무엇인가를

집어 들고는 맛을 보는듯한 동작을 취하지만 궁금증 속에서도 슬쩍피하며 걸음을 옮기는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내발앞으로 아직도 푸르름이 채가시지 않은 도토리 알이 떨어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개의 도토리 알들이 떨어져있고

내가 궁금증을 가지고 지마쳤던 아주머니 역시 새로움에 도토리 알을 주워들고

그 싱그러움을 맛본것이리라는 생각이 스친다.

 

너무좋다,

풀잎을 스치며 떨어지는 도토리소리, 매미울음소리, 나뭇잎 스치는소리

소리들도 너무나 정겹다.

 

운동을 마치고 주변의 나무들도 둘러보며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를 느껴보았다.

산을 내려오며 할머니 두분이 도토리 알을 하나하나 주워서 가방에 챙기시는 모습을 보니

어린시절 이웃들의 삶이 생각이난다.

 

교통마저도 불편하던시절,

낮시간 내내 산에가서 도토리알을 주워다 묵을 쑤어서 그것을 새벽 첫차에 몸을 싣고

서울의 시장에서 팔아가면서 생계를 꾸려가던 이웃들,

거기에는 나의 동창들 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밤새도록 만든 도토리묵, 그것을 이고지고 남태령 고개를 넘어서

서울로 팔러 다녀야했던 나의 어린시절 이웃들....

 

모두들 고생은 끝이났겠지만 그분들의 삶을 생각하면서 지금 시대에 살아가면서 일이힘들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많다 하고 불평하는 세대들을 바라볼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을보면

이미 나도 세월의 흔적들을 많이도 간직했구나 하는 생각을 버릴수없다. 

오늘도 산책길에서 나는 또하나의 상념에 빠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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