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서서히 저무는 시간에 갑자기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
봄을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친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든다.
내미는 꽃봉우리들을 한번쯤 가까이 보지도 않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지나가 버리면 다시오지 않을 오늘을 생각해본다.
오늘 피었던 꽃들도 두번다시 피지는 않는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었고 하늘은 잿빛이 가득했지만
기왕에 마음을 먹은것이니 옷을 대충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기로했다.
마누라는 왠일이냐며 놀라워 하지만 같이 나갈 생각도 하지않고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있다.
길가 벚나무는 맺힌 꽃봉우리로 가지가 휘어져 부러질것만 같고
수양버들가지도 새싹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를 더욱더 늘어트렸으며
일찍핀 벚꽃이 바람에 꽃잎을 날리기도 한듯 길가에는 간간히 꽃잎이 떨어져있다.
살구나무에도 꽃을 피웠고 목련은 만개해 흐드러질것 같은데
진달래는 조용히 부끄러운 분홍빛을 자랑하고있다.
길가 화단에 피어있는 키작은 꽃나무의 이름을 도저히 모르겠다.
머리속에서 끄집어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깜깜하다.
하얀색의 작은 꽃들이 순수하고도 간결해보인다.
너무 멋진 목련이 보인다.
나무의 수령은 제법된것 같은데 단두송이의 목련만이 이제 봉우리를 벌리려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것이다.
그속에 너무도 멋진 아름다움이 있다.
가지가지 담뿍 꽃송이를 담고있는 나무들사이에서 단두송이의 꽃만을 맺고있는
목련나무가 그리도 멋져 보일수없다.
모자란것보다는 넉넉한것이 항상 좋다
이름이 없는것 보다는 이름이 알려진것이좋다.
그러나 이름이 없어도, 넉넉하지 못하고 빼어나지못해도
사물은 나름대로 아름답게 자기자리를 빛내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들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동안 잠깐 찬바람이 부는 통에 이렇게 까지 가까이에 봄이 다가왔는지는
모르고 지냈는데 정말봄이 내곁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