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안성기행

광인일기 2008. 4. 30. 00:19

한원이는 나보다 두살이 어리고 조금은 왜소한 체구를 가지고있다.

어쩌다 알콜에 빠지게 되어서 고생을 하는지 내가 보기에도 안타깝다.

안성으로 향하기 위해서 아침에 일찍부터 서두르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다른 친구와 둘이 가기로 한길을 혼자서 가려고하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떠난다는 자유로움 같은 기분도 느낀다.

 

수원으로가서 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해서 안성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의외로 싱그러움을 풍기는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중간에 대학교들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고속도로인지, 시내를 벗어나 차가 달리고 주변풍경이 콘크리트에서 자연의 들판으로 바뀌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정말 좋다. 탁트인들판,  군데군데 모내기를 위해서 물을 담아놓은 논들,

그리고 간간히 고속도로변 절개지에 피어있는 칡꽃들

비록 뒷산이 있고 아파트단지의 공원들이 있는 주변환경이지만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풍경앞에

마음이 탁트임을 느끼는 것은 내가 그동안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중에도 얼마나 답답해 했는가를 알수있을것같았다.

너무좋다. 안성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한원이가 가르쳐준곳에 도착하니 한원이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대기시켜놓고 한원이와 이야기를 잠시나눈 후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저수지를 끼고있는 식당이었다.

매운탕 , 붕어찜등을 한다. 오랫만에 매운탕을 먹자하니 한원이가 소주를 한병시킨다.

나는 콜라를 한병시켜서 소주잔에 따라서 건배를 한다.

한원이는 1년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내가 퇴원한후에 외박을 나갔다가

일부러 술을 마시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길에 소주를 한병 가지고 들어가서 강제 퇴원을 당했다.

가족들이 퇴원을 시켜 주지 않으니 어쩔수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군대로 대학기숙사로 들어가고 부인혼자서 집을 지켜야하는 상황이니

한원이가 어쩔수없는 선택을 한것이다

퇴원후에 환청과 환시, 머리에 심한통증이 있어서 그때마다 술을 한잔씩 한다고했다.

한원이 부인도 많이는 마시지 말라면서 하루에 한병씩은 허락했다고한다.

나보다 더 심각한 모양이다.

 

메기매운탕이 의외로 맛이있다.

저수지가 바라보이는 풍경도 좋고 -그저수지 낚시료가 부근에서 제일비쌀정도로 물도좋단다-

매운탕집도 TV에소개된 집이란다 .

소주한병을 비우고 나서 밖으로나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근처에 모텔이 하나보인다.

그래서 보기에 좋지않다고하니 한원이 역시 동감을 표하며 처음에 모텔을 지을때부터

주민들 반대로 공사진행에 문제가 많았었다고한다.

어디를 가나 그놈의 러브호텔이 왜그렇게 있어야 하는것인지, 분명 부부들이 이용하지는 않을것이고.........

 

다시 택시에올라 한원이 집으로왔다.

커다란개가 으르렁 거리고있는 마당은 꽤나넓어서 꽃나무며 나무들도 제법많고 한구석에있는

원두막도 분위기 있어 보이기에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원이는 어릴적에 돈을 수집했단다.

오래된동전, 지폐, 기념주화들, 결혼후에는 계속할수 없었다고한다 .

아이들 이야기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집을나와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서 는 안성장을 안내해주었다.

오랫만에보는 시장은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또다른 느낌을 내게 전한다.

이것저것 작은 물건들도 있고 고추,토마토 같은것들의 모종도있고 아주머니들의 즐거운 웃음도있었다

시장을 나서자 한원이가 절을 안내하겠다고한다.

택시를 타고 영평사로 향했다. 

산입구부터 연등이 길가를 꾸미고 있었다 .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는 것을 그제야 알게된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불교대학원이있고 지금 대웅전 공사가 한창 진행중 이었다.

그 불교대학원은 한원이가 근무했던 건축업체에서 설계시공를 했다한다.

그인연으로 한6개월을 절에서 허리에 침을 맞으며 봉사도 했었다고 했다.

한원이와 같이 법당에 들어가서 불공은 아니지만 합장을 하고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나는 딱한가지 " 내게 평안을 주십시요" 라고 기원했다.

법당에서 나오자 한원이가 자기친구가 근처에서 만신짓을 한다며 가보자 하기에 따라가보았다.

 

새로 지어진 아담한집 2층에 들어가니 몸집이 좋고 승복을 입은 여자만신과 불상이 모셔져 있는

제단이 보이고 손님도 두팀이 있었다.

그들이 일을 마치고 만신과 같이 앉아서 이야기만을 나눈후 만신이 운전하는 차로 시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한원이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다음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오늘 안성길을 통해서 다시한번 많은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가슴을 탁트이게하는 들판들, 맑은물, 산, 자연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법당에서 올린 기원, 처음으로 방에들어가 앉아서 대해본 무속인(?)........

한원이는 외로움이 가장 싫다고한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전화를 해서 라도 말을 많이하려 한다고했다.

아픔이 어서어서 사라져질수있다면...

오늘같은날이 많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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