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실개천의 아이들

광인일기 2008. 7. 11. 00:02

밖을내다보니 날은 좋은것같고 강박감같이 밀려오는 산책길을 준비하고 나서니

어제보다는 햇빛의 따가움도 덜하고 아주약한 바람이라도 있어 기분이 좋았다.

길을 걸으며 어제의 지렁이들을 찾기위해 유심히 살폈지만 커다란 지렁이의 주검은 없다.

아마도 사람들이 치웠으리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산책길이 깨끗했다.

 

부지런히 발을 놀려 산입구에도착하니 기분이 좋다.

비록 내가 올라갈 곳까지 땀흘리며 가야할것을 생각하면 은근히 발길을 돌리고 산길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럴수는 없는 것이 나의 성격이다.

 

웃자라서 갓이 뒤집어지는 버섯, 쓰르라미 소리인것같은 소리들,

아기를 업고 산책길에나서 산길을 걷는 여인의 모습도 좋았다.

신발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신발을 들고 다녀야하는 불편함이 싫다.

 

맨발로 대하는 흙의 감촉,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꺼리겠지만 나는 그느낌을 사랑하기에

유혹의 강도는 크지만 나머지 길들을 맨발로 걷기는 싫어서 맨발로하는 산책은 포기한다.

더우기 지금과 같이 태양이 뜨거울때는 더더욱 아스팔트,돌,우레탄 따위들로 포장된 뜨거운길에

맨발을 대하고 싶은 생각은없다.

 

돌아오는길에 초등학생들이 실개천에 발을 담그고 선생님과 놀고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어린시절 개울한켠을 막아 놓고는 역귀라고 불렀던 개울주변에 무성한 풀을 뜯어서 돌로 찧은다음

그물을 개울물로 보내놓고 잠시후에 발을 첨벙대서 흙탕물을 만들면 물고기들이 비실비실

힘이없이 물가쪽으로 나오고 그것들을 건져서 아이들과 같이 매운탕이라고 끓여먹었던 기억들

 

아마도 지금의 아이들은 절대 경험해보지 못할 추억들을 우리세대는 가지고있을 것이다.

그저 졸졸 흐르는 APT단지 사이의 실개천에도 발을 담그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그나마 

자연이라고 대하고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기도하고 아이들이 누릴수있는 자연을 고작

실개천 정도로 밖에 남겨주지 못한것이 미안스럽기도 하다.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쓰르라미소리 웃자란 버섯을 생각하며 다음 세대들에게

우리가 지켜내서 물려주어야 할것이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된다.

 

'삶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해의끝  (0) 2008.07.13
정적  (0) 2008.07.12
뜨거운하루  (0) 2008.07.10
버려지는 물건들  (0) 2008.07.09
산책길  (0) 200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