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탈피

광인일기 2008. 8. 2. 00:02

조카둘이 와있는집은 어수선하기만 한것같다,

처제까지 가세하니 그야말로 어수선의 극치라고도 할수있지만

싫지않은 어수선이기에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고,

마누라는 처제에게 존대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소리 해대는 통에

오히려 나를 정신없이 만들기에 충분하다.

 

안그래도 호칭 문제로 말이있었으나 나는 그대로 해오던 방식을 유지키로한다.

집을 나서서 산책길로 접어드니 모든것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실개천에서 무엇인가를 잡으려는듯 손에손에 용기를 하나씩들고 맨발인채로

물안에서 노는아이들도 정겹고 개천가에 자리를 펴고 아이를 안고있는 젊은 아줌마의 모습도 정겹기만하다.

 

도로위에는 간간이 눈에 뜨이는 죽어있는 지렁이들도 낯설지 않기는 마찬가지인것 같다.

어떤날은 그주검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개미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그런 생각조차도 들지를 않는다.

 

산으로 접어들어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는 민달팽이들도 보고 산속정취를 더해주는 매미의 울음 소리도 들어가며

운동을 마치고 호흡을 고르는 내발옆에 탈피한 매미의 껍질이 보인다.

 

문득 매미의 일생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한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매미가 애벌레로서 최소 2~3년에서 17년을

지내다가 성충으로 10~20일을 지내고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된다.

성충매미가 나무에 알을 낳은후 1년간을 나무에 있다가 땅으로 내려가서 굼뱅이로 살면서

온갖 위험을 거치며 약15회정도의 탈피를 거쳐 유충이 된후 어느날 해질무렵 땅위로나와 나무위에서 탈피를 하고

10~20일을 지낸후 다시 알을 낳고 죽어간다는 것이다.

 

매미의 일생을 보면서 너무도 짧은 시간을 위한 기나긴 기다림이 아프게 느껴지기까지 하는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것같은 느낌이든다.

사람이라면 어떨까,이렇게 생각해보면 사람의 성년기는 의외로 길다는 생각이든다.

 

혹자는 매미를 통해서 인내를 배우라고 하지만 인내의 문제와는 별개로 삶이라는것 자체가

매미의 기다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유년기 소년기 청소년기를 거쳐서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호흡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이시간 동안에 과연 우리가 유년기등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서 얼마나,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수없이 내가 세월을 많이 살아왔음을 말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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