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소나기

광인일기 2008. 8. 10. 01:06

후덥지근한날씨가 사람을 잡기라도하려는듯이 기승을 부려대는데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절로 나는판에 옆에서 마누라가 허튼소리를 해대니

그야말로 불난데 기름 붓는격이 아닐수 없고, 그대로 참자니 속이끓어 올라 미치겠고,

할수없이 몸을 움직여 베란다에 찬물이라도 뿌려서 더위와 화를 식히려 하다보니

평소에 걸리적 거리지 않던 화분들이 수도꼭지에 달려있는 물뿌리개(샤워)줄에 걸리적 거리고

애궂은 화초잎들까지 걸리적거리니 성질은 더나기만한다.

 

그런데 이무슨 조화인지, 잠시후 선들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고

비바람에 날린 빗방울들은 내몸까지 적시기에 충분하리 만큼 베란다 방충망을 통과한다.

시원하다, 이리도 시원할수 없다.

소나기 한줄기가 나를 이렇게 끓어 오름으로 부터 구원해준다.

소방수,저리가라다.

 

이렇게 진정된 마음을 뒤로하고 마누라는 국수를 맛있게 끓여내기에

평소와는 달리 두그릇이나 비워내고는 밤산책을 나서니 소나기에 식혀진 물기머금은 포도며

나뭇잎들, 벤치까지가 나를시원하게 만들고 음악을 들으려 선곡을 하다보니 장현이 불렀던 곡을

컨트리꼬꼬가 리메이크한" 미련"이 골라진다.

 

조금있으니 음악을 듣는 나를 마누라가 찾아와서 조용한 밤길을 같이 걷는다.

 

열받는 대로 했으면 최소한 화분 몇개는 깨져야만 풀릴정도의 분노를

다행히 때맞추어 퍼부어진 소나기가 식혀준것이다.

 

우리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것같다.

참아야 한다,먼저 내가

그러다보면 주위에서도 참을수있는 힘을 더해주는것같다.

안그러면 무언가가 깨지더라도 깨지는것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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