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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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 2011. 9. 19. 20:12

 

카페에는 재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승일을 성이가 반갑게 맞았다.

"언니 금방 나갔는데 못보셨어요? 손님들이 막무가내로 언니를 모시고 갔어요, 뭐 자기들 노래자랑 심사를 해달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성이와 한잔 할까?"

"정말요"

그녀는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맞이한 여학생 같이 호들갑을 떨었다.재옥의 참한 분위기 와는 정반대로 밝은듯 하면서도 어딘가 그늘이 있는것 같은 성이에게 처음으로 느꼈던 그런 느낌이 다시 살아났다.승일이 테이블에 안자 성이는 양주 한병과 과일 접시를 들고와 마주 앉았다.

"이밤을 위하여 우리 건배해요"

성이의 그말에 무슨의미가 있는것 같았지만 따지지 않았다. 끈적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불을 지르고 있었다.이미 포장마차에서 아줌마로 부터 받은 정염이 승일의 몸안에서 불타고 있었다.성이가 여자로 보이고 있었다.젊고 활기찬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성이의 팔을 잡아끌어 옆에 앉혔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성이는 이성이 있엇다.그녀의 이성은 가게의 문을 닫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문을 잠그고 불들을 전부끈 상태에서 커튼으로 문을 두텁게 가리었다 희미한 작은 실내등 하나만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다. 술이 한두어잔 들어가자 성이가 뜻밖의 말을 했다.자기 고백인것이다. 지난날들을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하면서 성이가 말을 한 것이다.

 

오늘은 성이의 하나뿐인 아이의 5번째 생일이었다. 성이가 고등학교 3학년때 친구 오빠는 휴학후 제대를 얼마 앞두고 있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두사람은 남자가 제대후 연인 관계로 발전 했고  결혼을 앞두고 양가의 허락을 얻으려 하자 남자 집안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고위공직에 있는 남자의 집안과 막노동을 하면서도 자기 하나 달랑 가지고 있는 성이네 집안과는 너무 차이가 심하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이미 유명대를 졸업한 남자는 집안의 영향력과 자신의 능력이 겸해져 대기업에 입사가 결정 되어있는 상태였고좋은 집안과 혼담도 오가는 중이었다.그래도 남자는 성이를 지켜 주었다.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하고 조촐한 결혼식을 강행한후 혼인 신고 까지 마치게 되었다. 그런 남자가 너무나 고마운 성이 였다. 성이의  엄마 아빠는 그런 사위를 고마워 하면서 전재산인 집을 팔아서 넉넉치 않은 혼수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세상은 남자를 변하게 만들었다. 성이와 단둘만의 관계만을 생각할수 없었다.사회는 또다른 모습으로 남자에게 다가왔다. 끈끈한 줄들,학연,지연 ,혈연, 모든것이 힘이되어 남자를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사회속에서 남자는 다른이들이 두발로 걷는 조직속에서 한발로 걷는 외톨이가 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그래서 혼맥을 그렇게 중요시 하는구나를 뼈저리게 느낀 남자는 늦었더라도 모든것을 돌이키고 싶어 하면서 성이를 등한시 하게 되었다.사랑만으로는 결혼은 존립할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린 남자앞에 성이는 귀찮은 존재 였을 뿐이다.그때는 이미 성이가 임신6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남자는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지우지 못할 아이라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되 남자 집안에서 키우기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젖을 뗄때 까지만이라도 그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때부터는 모든것이 남자의 뜻대로 되어갔다. 남자는 우선 성이를 홀대했다.늦은귀가와 대화의 단절 그리고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았다.성이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아이가 잠이 들면 식탁에 앉아 혼자서 몇잔의 술을 마셨다 . 남자는 집에 들어오면 그런 성이를 나무라고 끝내는 욕지거리를 해댔다.그리고 이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그런 시간들이 반년정도 지속되자 남편은 성이에게 정신과 진료를 받게했다.그리고 경미한 우울증과 알콜의존증의 진단을 받은 성이는 두달후 술을 마시고 있다가 남편과 함께 들어온 남자들에게 끌려가다시피 변두리 작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되었다. 그리고 무서운 정신병원 생활에 지친 성이는 아빠 엄마에게 도움도 받지 못한채로 남자가 원하는 대로 친권도 양육권도 위자료도 모두 포기한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었다.그리고 그것으로 아이와의 관계도 완전히 단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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