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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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 2011. 9. 15. 18:20

 

재옥과 헤어진 승일은 할일이 없었다.자연히 발길은 포장마차로 향하고 있었다.이제 서서히 가을로 접어드는 날씨는 오후시간을 짧게 하고 있었다.벌써 태양이 저물고 있는 거리에는 제법 가을티가 나는 옷을 입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짧은 여름 재옥을 만나 사랑을 느끼기도 전에 동거생활을 하면서 삶을 다시한번 생각할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것은 행운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승일은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삶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모든것을 재옥에게 떠맡긴채 백수건달로 살아가는 삶이 싫었던 것이다. 드럼통 으로 만든 술자리 위에 엎드려 있던 주인 아줌마가 고개를 들고 승일을 맞았다.포차에는 손님이 없었다.마지막 열기를 피해서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생각 되었다.

"이모 술한잔 주세요"

"그래, 매일 혼자서 술을 마시누나"

"혼자 마시는 술이 제일 좋지요"

"그럴수도 있지,조금 기다려, 안주를 워낙 안먹으니...그래 야채라도 썰어줄께"

아줌마가  소주 한병을 올려 놓고는 야채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소줏잔에 채워지는 투명한 액체를 바라보면서 지난날들이 저렇게 투명하게 깨끗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소주를 두잔째 들이켰을때 아줌마는 접시를 들고 승일의 옆자리에 앉았다.손에는 소주가 한병 더들려 있었다.

"이모도 한잔 하세요"

승일이 소줏잔을 내밀자 아줌마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렇게 몇차례 술잔이 오가자 두병의 소주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그때"윤"이 가게 문을 열며 들어왔다.그는 취기가 많이 오른 모습으로 비틀대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지깟년이 언제까지 피하나 보자."

얼핏 생각나는 것은 재옥이었다.재옥이 가게를 나와 있던것이 "윤"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사실 윤사장은 재옥의 집으로 쳐들어 가보려고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여자에게 거절당한 남자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치 않았기에 카페로 가서 재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년이요?"

승일의 물음에"윤"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때 주인 아줌마가 거들었다.

"카페 정인 아줌마요?"

그물음에 약간은 당혹해 하며 "윤"이 말했다.

 "어떻게 아줌마가 그걸 아세요?"

"옛날에 몇번 봤지요,뭐"

아줌마는 그렇게 얼버무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버렸다. 승일은 "윤"의 얼굴을 바라 보면서 도대체 저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재옥을 만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재옥이 굳이 그남자를 피할 필요는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이 승일의 맞은편에 자리하고 앉아 소줏잔을 내밀었다.승일은 잔이 넘치는 줄도 모르고 따르다 아차하며 병을 들었다.

"죄송합니다,잔이 넘었네요"

"괜찮아요,정이 넘치는 거지요"

여자를 애완동물쯤으로 생각하는 남자가 재옥을 다시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생각과 함께 혹시라도 재옥이 "윤"을 만나고 있지나 않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두어잔 술을 더 마신 "윤"이 자리를 일어서며 계산을 하려 했다. 승일은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들어 계산을 제지 했으나 자리를 먼저 뜨는 사람이 계산을 하는 것이라며 말하는 "윤"을 제지 하지는 못했다.

 

 윤사장은 사업이 계속 잘되지는 않았다. 특별한 아이템 없이 하청 위주로 사업을 하는 모든 중소기업들이들이 대기업들의 횡포에 힘없이 넘어 갔듯이 윤사장도 주거래 원청업체에서 친척에게 하청을 돌리게 되자 누적되는 적자를 어찌 할수 없게 되었다. 윤사장은 최종적으로 남아 있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부인과 이혼을 하며 위자료조로 남은 재산을 넘겨 주며 앞날을 도모하려 했었다.그러나 그것은 윤사장 만의 생각이었다.재옥과의 관계로 부터 현재의 여자까지 모든 바람을 겪어온 윤사장 마누라는 그대로 재산만 넘겨 받고 윤사장을 내친 것이다.그렇게 초라해진 사냐,아니 윤사장이니 재옥이 더욱더 그리워 질수 밖에 없었다. 오갈데 없는 윤사장은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그나마 있는 힘을 다해 인력사무소에 나가서 날품팔이를 하며 근근히 살아 오고 있는 것이다. 몇달전에 재옥에게 내주었던 자동차도 재옥에게 아무말 하지 않고 회사로 돌려 주었다.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그때는 재옥이 없어도 모든 일에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빈털털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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