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구걸-동냥

광인일기 2008. 5. 7. 00:08

지하철에서 내려서 바쁘게 계단을 오르는데 앞에서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들이

조금 옆으로 비껴가는 것이느껴져서 고개를 들어보니

계단에 얼굴까지 바닥에 박은채로 두손바닥을 벌리고 구걸을 하고있는 사람때문인 것을 알게되었다.

내앞에 올라가던 젊은 아이들중 한녀석이 그냥 지나칠수없다며 동전을 꺼내서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어차피 전철을 이용하면 담배를 한동안 피우지 못할 것임을 알기때문에 지하도로 들어가기전에

미리 담배를 한대 피워두려고 지하도 입구에서 담배를 피워물고 맛을 음미하고 있는데

스리퍼에 추리닝 차림의 노숙자 타입 사내가 담배를 달라는 제스츄어를 한다.

한편으로는 한심해 보이기도 했지만 나역시 그렇게 행동을 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담배갑을 내밀었더니

담배를 세가치나 빼어서는 길옆건물 턱받이 위에 걸터 앉는다.

양말도 신지않은 스리퍼 차림에 얇아 보이는 추리닝으로는 밤을 이기기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기온은 물론 덥지만 밤에는 춥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기에 배라도 든든히 채우라고

지폐라도 한장 꺼내주려다가 어차피 밥은 먹지 않을것이고 소주값으로 쓸것이라는 생각이 먼저들어,

어차피 나도 거지인데 하고는 그만 두었다.

한때 내가하고 다니던 행색과 별반 다를바 없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한때는 길거리에서 걸인들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다들 잘살아서 그러했다면 축복받을 일이겠지만 정부에서 외국손님들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들 수용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IMF가 터지고 나서부터는 노숙자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어버린것 같다.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을까만 개중에는 정말로 일이 하기싫어서 그런 생활을 택하는 사람이 있는것을

내눈으로 보았기에 이제는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인가에 대하여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있다.

나는 그말이 단순히 나라에 재력이 부족해서 그러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나이를 먹고 생각을 해보니 그것이 꼭 재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나라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으로 그들을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려고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것이 현실임을 알게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 하기는 싫다.

그것도 삶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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