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휘어진 장미넝쿨

광인일기 2008. 5. 31. 00:03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들 낯익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넝쿨장미며, 찔레꽃이며, 길가에 작은 과실수마다 맺혀있는 풋과일의 흔적들,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 까지도 모두들 정겹다.

 

산에서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이어폰을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내려오는 발걸음은 한결 상쾌하다.

아파트 길로 들어오니 무언가 어색한데 그실체를 모르겠다.

몇걸음 더 옮기다 보니 길가에 장미 넝쿨이며 찔레꽃 가지들이 어딘가 허전해 보이며 이상하다.

 

곧이어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누군가(아파트 관리실 직원일 것이라 추측된다) 길옆으로 늘어져있던 줄기들을

모두 아파트 낮은 울타리 안쪽으로 거두었다.

아마도 길을 가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다고, 또는 어린아이들이 혹시라도 나무 줄기의

가시에 상처라도 당할수 있어서 거두어 들인것 같았다.

 

나는 격심한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느낀다.

누구인지 손목을 부러트려 버리고 싶은.

그까짓것 얼마나 불편하다고, 상처 안입게 조금만 조심하면 될것을, 이런 생각이 내마음을 지배 하면서

사람들이 자연을 너무도 함부로 대함에 화가 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이나 상처에 대해서는 너무나 민감하면서 다른 생명들,

타인의 상처에 대해서는 둔감한것같다.

이런말을 하면 나자신도 다른 생명으로 부터 에너지를 취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작은 불편 마저도 감수하지 못하고 자연을 건드리는

마음 을 가르키는 것이다.

 

도시계획이다, 도로계획이다 해서 회손되는 자연이야 모두에게 주는 도움이 더 많을수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까짓 몇일 기다려 주면 꽃들도 그아름 다움을 다할것을, 몇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줄기들을 거두어 안쪽으로 해놓으니 꽃들도 듬성듬성 한 것이 바라보는 기분이 영 좋지않다.

 

조금만 참으면 우리가 보호할수있는 자연들은 많이있다.

아파트 주변에 피어있는 장미도 순수한 자연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쩔수 없이 가꾸어 질수밖에 없는 자연이라도 조금만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제발 이제 부터라도 자연을 대함에, 생명을 대함에 조금만 더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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