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마누라와 함께 하는 길

광인일기 2008. 9. 11. 00:04

지나치게 올라가는 체중계의 눈금을 내려 보고자 운동을 해야하지만

운동을 하는 시간을 따로이 하기 어려운 마누라가 선택한 것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 걷기이다.

 

집에서 30분 조금 덜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왔다갔다 하면 그만큼 체중이 줄것이라는 계산이다.

문제는 혼자서는 걸어서 왔다갔다 하기가 싫으니 나를 끌고 다니는 것이다.

평소에도 다리가 시원치 않은 내가 산으로 산책길을 잡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누라는

벌써 며칠째를 겸사겸사 나를 동반하고 출퇴근 길에 임하고있다.

 

오늘도 변함없이 마누라와 둘이서 집으로 향하고 있는길,

나는나대로 생각을 하느라고 마누라는 신경쓰지도 않고 걷다보니 뭔가 허전함을 느껴

돌아보니 마누라가 보이지 않는다.

자리에 서서 살펴보니 저멀리서 어떤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누라가 가까이 왔기에 누구냐고 물어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성당 자매님 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부부는 길을 걸어도 손을잡고 걷는다던지 팔짱을 낀다던지 하는일이 없다.

나는 마누라와 다니는 길이 걸리적 거릴때가 많다,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걸음도 나보다는 느리고

길거리에서 내가 담배를 피워 물면 꼬박 길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한마디 하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켜지지않은 상태에서 길을 건너면 그것은 더큰 잔소리의 대상이되고

혹시나 눈치껏 담배꽁초라도 버리면 마누라는그것을 집어서 가지고 오던지

담배불이 꺼졌나를 반드시 확인한다.

침이라도 밭으면 큰일이 나는 것으로 아는 마누라다.

 

그덕에 아이들이 바르게 크는지 모른다.

그래도 서방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다.

직장 생활을 하는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마누라

나보고 항상 영계하고 사는것에 감사 하라는 마누라는

잘난 서방 덕분에 오늘도 그 끔찍한 직장 생활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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