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부지런히 걸으면 정상까지 한시간 남짓한 뒷동산이지만 오랜시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참으로 힘든 길이었다. 먹고 자고 잠시 개천을 거닐던 그의 체력에 작은 산이라도 에베레스트 같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팬티를 축축히 적시는것 같은 착각이 ..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21
12 재옥이 몇시에 들어왔는지는 몰랐다. 갈증에 눈을 뜨고 냉장고 문을 여는 성일의 뒤에 잠옷 차림의 재옥이 서있었다. "언제들어왔어" "세시쯤" " 일이 조금 늦어 졌어" 어제 그를 괴롭혔던 환영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불이나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몇시야?" 그의 ..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20
11 그랬다 깊은 그녀의 눈안에는 호수가 있었다. 깊이를 알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호수가 있었다. 찰랑이는 물결도 없는 호수는 그녀를 깊이 잠구고 있었다. 그깊이 모를 은은함, 약간은 쾌할함 속에 있는 의연함이 오히려 더욱더 안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게 만들고 있었다. 재옥이 다른 사..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12
10 그런 중에도 머릿속을 휘젓는 환영들, 쾌락에 못이겨 몸을 비틀며 교성을 질러 대는 여인의 모습, 소리라도 듣지 않으려 두귀를 막고선 초라한 사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 거린다. 재옥의 모습이 눈안에 가득 떠오르며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지금 이시간 재옥은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11
9 그래, 승일은 자신의 어느부위가 병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것에서 신경을 끊어 버린지가 너무나 오래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도 지겨워져버린 중년, 그였다.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죽여가고 있는..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10
8 그랬다, 재옥을 처음 만났을때의 당혹감이 지금 같았다. 바람이 많이도 불던 초여름 어느날, 무료함에 지쳐버린 몸을 조금이나마 추스리고자 개천가를 찾았다. 작은 냇가에는 피라미며 미꾸라지가 노니는 것이 보일 정도로 아직은 맑음을 유지 하고 있었다. 물가에 멍청히 앉아있는 내모습이 조금은 ..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09
7 재옥이 카페를 성이에게 부탁하고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단골인 최사장 패거리가 재옥을 막아섰다. "오늘은 우리와 2차를 가주어야 합니다.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아 주셔야 합니다 ""안되요,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안되요" 최사장 패거리는 이동네가 개발되기 전부터 살..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08
6 그때 가게에 있는 전화기가 낮으막한 울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앞에서 맺주잔을 기울이던 성이는 천천히 일어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이어서 성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사장님, 손님분이랑 재미있는 모양이네요" 그소리는 승일의 귓속을 파고들어 비수가 되어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07
5 성이는 말그대로 부지런함 그자체였다. 잠시도 쉴새없이 꼼지락거리던 그녀가 할일이 없어졌음인지 승일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다. "혼자서 심심하지 않으세요?" 자연스레 미소가 흐르게끔 만드는 물음이니 승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성이는 그런 승일에게 미소가 멋지다며 한마디 ..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06
4 성이를 만난것은 재옥의 카페에서 였다. 카페에는 잘 드나들지 않던 승일이 어느날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선 여자가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맞아 들였다. 언뜻 보기에는 20대로보이는 앳된 모습을 한 여자가 반기는 폼새에 다른 카페에 잘못 들어왔나 하는 마음에 다시한번 카운.. 소설----기나긴 날들(그때를 잊지말자) 2011.07.05